층간 소음, 당해본 사람 아니면 모른다

이수기 (논설고문)

2013-02-14     경남일보
설 연휴에 서울 양천구 다세대주택 1층에 사는 40대가 2층 집 거실에 불을 질러 2층 가족 6명이 부상했다. 층간 소음과 누수 탓에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 왔다고 한다. 또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 6층에 있던 김모(45)씨가 7층 부모 집을 찾은 30대 형제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대한민국이 피곤하다. 국민의 65%가 아파트형 공동주택에 살고 있지만 그 품질은 1960년대 첫 아파트가 지어진 이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빵점수준이다. 과거 아파트 층간 두께 15㎝ 이하는 더 그렇다.

▶아파트 층간 소음은 정말 참기 힘들다. 늦은 밤에 아이들이 뛰고, 어른들이 쿵쿵거리며 걸어 다니고, 청소기로 거실을 청소하는 것은 아래층에서는 고통이다. 심지어 거실 바닥을 쿵쿵 쳐가며 골프 연습을 하는 무례한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스트레스도 이런 스트레스는 없을 것이다.

▶아파트 층간소음이 일상화된 데는 건설업자들이 시공비 절약에 따른 당국의 층간 두께 기준 적용과 부실시공의 책임이 크다. 바닥 두께가 21㎝ 이상, 또는 소리 차단 성능시험 중 한 가지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주민신고가 접수되면 경범죄처벌법(인근소란)을 적용, 최고 10만원의 벌금을 부과에 그친다.

▶층간 소음발생 55dB 이상의 소음으로 지난해에 피해 신고 접수는 7000여건이나 실제는 연간 수 만 건도 넘는다. 뛰노는 소리, 피아노와 TV 소음, 의자 끄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 소음행태도 다양하다. 특히 잠자리들 밤 10시 이후에 위층에서 뚜루루루루, 쭈르르르륵, 쿵쿵 등의 소음을 당해보면 이성을 잃게 되면서 다툼으로 번져 이웃과 원수 사이가 되는 것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층간 소음을 둘러싼 고통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