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조기유학 이야기

민병철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에너지환경과 교수)

2013-03-12     경남일보
최근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이 외국에서 사용한 유학 및 연수비가 국내 외국인의 약 80배에 해당된다고 한다. 단순논리만으로 본다면 우리가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작년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개인이나 단체가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물론 대학등록금이 비싸서 생계형 휴학을 하거나 대학을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필자는 해외 유학이나 연수를 통해서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필자가 경험한 조기유학만 놓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리는 조기유학의 붐이 일던 200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용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러기아빠, 간혹 연예인들의 입담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에서도 농담처럼 던져지던 용어이기도 하다. 마치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토크쇼의 가십거리로 거론되기도 한다. 한국에 남아서 돈을 버는 가장은 주로 아빠이고,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기러기아빠가 되면서까지도 조기유학을 보내려고 할까. 물론 경제상황이 좋지 않게 되어 가족파괴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것만 보면 분명히 문제점투성이인데도. 또한 필자의 경험만 놓고 본다면 조기 유학생의 약 20% 이내만 대체로 유학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보기 때문에 엄청난 국가적 손해이고, 그것도 부모 중 한명이 함께 생활한 아이인 경우 성공확률이 높은 데도 유학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건 국내 교육여건에 대한 불신과 그래서 글로벌 세대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뒤돌아보건대 사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어떠니 하는 정부 말 뒤편에 노출된 공교육의 문제점들이 뚜렷하게 개선된 것이 무엇인지를 그다지 확인하기 어려운 걸 보면 해외 유학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사필귀정이 아닐까 한다. 물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감소하던 유학연수 지출액이 현저히 늘어나지는 않고 있지만, 불신과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국내에서 양성된 글로벌 인재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미래 재원이고, 해외에서 선진기술과 지식을 습득한 재원도 우리나라의 미래이다. 그러므로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국내여건이 개선되어 막대한 외화를 유출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오기 위하여 공교육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유학을 통하여 습득한 선진기술과 지식을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외 우수자원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사회구성은 다양하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공감대 형성이 지금부터라도 펼쳐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