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길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2013-03-19     경남일보
장관 청문회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 도덕 불감증이 강물처럼 넘쳐 흐르고 있다. 국적포기세로 몇 천억 원 있을 수 있는 것이 정치이기도 하지만, 정치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나 뛰어들어 연습 삼아 하는 장이 아니다. 충돌하는 인간집단의 이익을 조율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사람들을 설득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그래서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평가의 폭은 험난하다.

▶정치에 또 안철수 바람이 불고 있다. 대립하는 ‘높은 정치’ 대신 국민의 삶과 마음을 중하게 여기는 ‘낮은 정치’를 ‘노원 병’에서 정치를 재개하겠다는 데서 비롯된다. 이 지역의 상징은 우리 사회 최고 기득권을 대상으로 한 정치행위, 다시 말해 삼성 그룹 떡값검사 폭로사건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노희찬 전 의원 지역구다. 두 사람으로 보면 귀족정치와 서민정치로 진단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새 정치에 대한 기대와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으로 안 전 교수를 지지했던 국민들의 기대가 어떻게 정리될지 알 수는 없다.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남이 안가는 길을 도리어 가 도전적으로 부딪히며 넘어지고 깨지면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노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쉬운 길은 누구나 갈 수 있다. 이 길을 자청하면 큰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들이 잘 먹고 잘살게 하는데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시스템이 병들고 있다. 참신한 사람이 뛰어들어 잠시 소용돌이치는 것 같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묻히는 것이 우리 정치다.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안 전 교수의 이미지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하고 정치계에 깊숙하게 발 담갔을 때에도 여전히 유효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