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미디어법 개정안 놓고 '시끌'

언론계, 감독기관 신설에 “옛 소련식 발상” 반발

2013-03-20     연합뉴스
호주가 집권 노동당 정부가 추진 중인 미디어법 개정안을 놓고 시끄럽다.

19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야당과 언론계는 스티븐 콘로이 통신부 장관이 공개한 미디어법 개정안이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콘로이 장관이 하원에 제출한 미디어법 개정안은 언론기관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공익 미디어 옹호자(Public Interest Media Advocate·PIMA)’란 법적 규제기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PIMA가 언론기관이 공익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판단하며, 언론사 인수·합병(M&A)을 승인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전 언론계가 들고 일어섰다.

호주 최대 미디어 그룹인 뉴스 리미티드의 킴 윌리엄스 최고경영자(CEO)는 “옛 소련에서나 가능할 법한 발상”이라며 “지금은 21세기란 걸 노동당 정부가 자각했으면 좋겠다”고 비난했다.

윌리엄스 CEO는 만약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세븐 뉴스의 케리 스톡스 CEO는 “언론인 경력 40년 동안 이처럼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 불과 일주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성안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렉 하이우드 페어팩스 미디어 그룹 CEO도 “법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토니 애보트 자유당 대표는 “길라드 정권이 PIMA 신설을 통해 자신들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며 “야당은 총력을 기울여 이 법의 하원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롭 오크쇼트 무소속 의원도 “이런 허술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연방하원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노동당은 무소속과 녹색당 의원들의 지지가 있어야만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처지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콘로이 장관은 “표결에서 법이 통과되기 어렵다면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