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이미화 시인

2013-04-01     경남일보
담쟁이 손이 둥근 것은

꿈이 한 동 크기 때문이다

순한 별들을 데리고 세들 집을 찾다

돌아서던 곱사등이 여인이

바람이 불때마다

제 잎들끼리 어루며

세상의 벽을 껴안듯

유리문 너머 허공을 안는 걸 보았다

그녀의 굽은 등 보름달로

내려앉아 내일은,

별들이 잠들 방 찰랑거릴 것이다

가파른 골목을 빠져나온 여인의

푸른 등이 꿈 한 채

분양 받는지 늦은 저녁처럼 둥글어 진다



작품설명: 삶의 무게에 등이 굽은 여인, 별이 만지지는 저 언덕배기에 일상을 간추릴 둥지를 찾는 궁핍 속에서도 시린 손목들은 온유를 나뉘고 벽에 길을 만든다. 중개업을 하는 시인(화자)의 눈에 거울이 흐리다. (진주문협회장 주강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