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종달새 지저귀던 곳에

[농업이야기]손길만 박사

2013-04-08     경남일보
종달새(종다리)는, 방언으로는 조잘새, 종잘새라고도 하며 참새목 종다리과로 몸길이 약 18cm의 우리나라에서 흔한 텃새이자 겨울새이다. 겨울철에는 수십마리씩 무리지어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고, 봄과 여름에는 암수 함께 생활한다. 강가 풀밭이나 보리밭, 밀밭 등지에 흙을 오목하게 파서 둥지를 틀고, 3∼6개의 알을 낳고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은지 11∼12일이면 부화하여 열흘 지나면 둥지를 떠나는 생활사이다. 봄철 3∼4월 들판에는 아지랑이가 가물거리고 따사로운 햇살에 만물이 피어나는 시기에, 하늘위에 멈춰서 텃세권을 차지하기 위해 “종달 종달” 지저귀다가 다 지저귀고 나면 다시 내려앉는 행동을 하는데, 천적에게 발견되지 않으려고 집에서 떨어진 곳에 착지해서는 기어서 새끼가 있는 보금자리로 가는 모습을 본지가 꽤 오래전이다. 필자가 그 종달새의 알이 있는 보리밭, 밀밭의 새집을 찾으려고 종달새와 머리싸움을 하던 때가 엊그제의 일처럼 눈에 선하다. 현재는 생활주거지와 공장단지로 상전벽해처럼 변한 진주시 도동들판이 1978년 택지개발사업이 있기 전까지는 흔히 볼 수 있던 목가적 풍경이었다. 그 종달새가 도시화에 의한 농경지의 급격한 감소와 농약 등의 피해로 수가 점차 줄어들어 근래에는 우리나라 농촌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멸종위기 보호조로 되었다고 한다. 농경지 감소는 그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종달새의 감소는 물론이고, 먹거리 식량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농경지면적은 1968년에 231만8ha로 최고가 되었다가 2011년 169만8000ha(논 96만, 밭 73만8000)로 급감하였고, 이 추세로 가면 2017년 162만4000ha, 2022년 157만4000ha로 감소될 것이라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농경지가 주거시설용도 택지개발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됨에 따른 것인데, 농경지 감소는, 2009년 2만2680ha, 2010년 1만8732ha, 2011년 1만3329ha 등 최근 5년간 합계 9만7622ha(연평균 1만9524ha)가 전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농경지면적의 급속한 감소로 식량자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쌀자급률은 통일벼 품종 개발 등 녹색혁명으로 1990년 108%로 최고로 올랐다가 1992년 98%, 2011년 83%로 낮아지고 있다. 쌀을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1970년 80%상회→1980년 56%→1985년 48%→1992년 34%→2012년 22.6%로 낮아졌는데, 22.6%에서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률은 5%대로 낮게 된다. 정부에서는 2020년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32%로 잡고 있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목표달성을 위해서 165만∼175만2000ha 농지가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앞서 언급한 농경지감소 추세로 보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곡물 작황 부진,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으로 곡물소비 증가 등으로 세계적인 식량위기와 애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적정한 농가인구와 농지면적을 유지하는 정책수단이 많이 나와야 하고, FTA가 발효될수록 농지감소는 막아야 할 것이다. 우량농지 농업진흥지역이 일본은 농지의 85%가 지정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50%로 지정되어 있어 나머지 50%가 농지전용의 압박에 노출되어 있다. 더구나 개간, 간척에 의한 농지 신규 공급은 중단된 상태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또한 농업 수익성 저하에 의한 농지의 유휴화로 1990년이후 누적유휴지가 17만6000ha에 이른다고 한다. 적정 농지면적 유지와 아울러 현재의 농지이용율 104%를 130∼140%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식량 = 안보’로서, 식량자급률 저하는 미래세대의 전망까지 위협받게 된다. 이 땅에서 우리 민족이 복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생명의 젖줄인 농지를 지켜야 하며, 적정한 농지 유지·보존 없이는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와 후손들의 밥상자립을 위해 농지를 유지하고, 나아가 종달새도 지저귀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길만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