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 물고 태어난 ‘파파리치 蔭敍’

이수기 (논설고문)

2013-04-09     경남일보
사법고시 합격 등 개천에서 용난 남자들의 ‘개룡남’과 개천에서 용난 여자들의 ‘개룡녀’들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다. 예전과 달리 공급량이 늘어난 것에 제1의 원인이라 한다. 예전에는 사법고시를 50명 안팎의 수로 뽑던게 요새는 1000명 선으로 뽑기 때문이라 한다. 로스클인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으로 2000명 선으로 늘 것이라 한다. 부유층 미혼녀들이 ‘개천용’을 남편감으로 마다하는 이유 중에는 ‘복잡한 인간관계’, 말하자면 ‘개천용’에 딸린 식구들이 무서워서 그런 혼인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개룡남’의 지위 하락은 우리 사회가 본인 노력으로 이동 가능한 ‘계급사회’가 아닌 부모 재산이 자녀의 삶을 좌우하는 ‘신분사회’가 돼간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어머니로부터 시집살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아들을 성공시키느라 뼈 빠지게 고생했는데, 그 혜택을 며느리가 누리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는 ‘개천용’인 ‘개룡남’이야말로 진짜 성공의 상징이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고시 합격 등의 자수성가한 ‘개룡남’들은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부자인 이른바 ‘은수저 물고 태어난 애들의 발톱의 때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미혼 여성들도 ‘개룡남’보다는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가 부자인 ‘파파리치’(papa와 rich의 합성어)를 선호한다는 것에 ‘개룡남’의 신세타령은 일면 수긍이 간다.

▶‘개룡남’의 위상 추락은 부모 재력에 의해 자녀의 미래가 결정되는 ‘신분사회’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중신, 양반 등의 자녀들에 대해 신분을 우대하는 것처럼 은수저 물고 태어난, 아버지가 부자인 ‘파파리치 자녀’들이 현대판 음서제(蔭敍制)가 되고 있다 한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