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령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3-04-17     경남일보
육십령은 경남 함양과 전북 장수 사이에 있는 고갯길이다. 예부터 육십현(현·峴) 또는 육복치(복치·卜峙)라고 불렀다. 고갯마루가 육십개나 된다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시대부터 영호남을 잇는 지름길로 활용했다.

▶육십령은 소백산맥의 줄기로 덕유산과 백운산을 끼고 있는 해발 734m의 산중턱에 있다. 한반도 전체를 보면 백두대간의 남쪽지붕을 형성하고 있는 형국이다. 곳곳에 절경을 이루며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별천지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이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요즘 들어 육십령은 산악트레킹으로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영취산~민재~북바위를 거쳐 육십령에 이르는 코스와 신백두대간 3구간으로 일컫는 고기리~백운산~영취산~깃대봉을 거쳐 육십령에 이르는 산행길은 평일에도 줄을 잇는다. 진달래, 철쭉이 만개하면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켜 준다.

▶이곳에는 전북 전주에서 대구로 가는 국도가 놓여 있다. 일제 때 닦은 길이다. 그 길로 인해 백두대간의 맥이 끊겼다는 게 풍수지리학자들의 주장이다. 일본이 한반도의 기를 끊기 위해 백두대간 곳곳에 쇠말뚝을 박아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맥을 잇는다고 한다. 높이 18m, 길이 60m의 터널을 뚫어 친환경적으로 조성해 동물들의 이동로로 제공하고 백두대간의 맥을 되살린다는 것이다. 백두산 정기가 한반도로 뻗어내려 소백산맥에 이르러 끊긴 것을 복원한다니 반갑다. 무엇보다 야생동물들이 더욱 반길 것 같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