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통해 희망이 보였으면…”

<진주남강마라톤>시각장애인 이윤동씨

2013-04-29     임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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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진주시 남강일원에서 열린 2013 진주 남강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시각장애인 이윤동씨 (오른쪽)가 역주를 펼치고 있다. 14세 무렵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이씨는 “자신을 통해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길 기원한다”며 완주 소감을 밝혔다. 황선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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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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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동씨
“달릴 때의 순간 고통을 극복하고 골인하고 나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런 매력 때문에 마라톤을 그만둘수가 없답니다”

마라톤 풀코스의 거리는 42.195km. 산술적인 숫자만큼 고통과 인내를 감당케 하는 거리다. 하지만 울산에서 온 이윤동씨에게 42.195km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남강마라톤 풀코스에 도전장을 내민 시각장애인 이윤동(57·울산)씨는 3시간 51분 03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에 골인했다. 페이스메이커 진인규(53)씨의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에 도착하자 사람들도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본인 최고기록인 3시간 18분의 기록에는 한참 못미치는 기록이지만 그의 얼굴에는 만족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남강마라톤은 코스가 너무 좋아요. 날씨가 너무 무더워서 힘들었지만 마라톤이 원래 고통을 즐기는 운동이잖아요. 즐겁게 달렸답니다”

풀코스 내내 손발을 맞춰 준 진인규씨는 “웬만한 분들보다 실력이 훨씬 낫다. 배우면서 함께 달렸다”고 치켜세웠다.

14세 무렵에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는 이윤동씨는 늘 아내와 함께 틈나는 대로 마라톤을 즐긴다. 올해로 마라톤 경력만 12년째다. 이윤동씨는 “시각장애인들이 즐길만한 운동이 마라톤이에요. 할수록 매력이 있어요. 결승선에 골인할 때 오는 희열과 성취감이 다른 어떤 운동에 비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달림이로서 그의 목표는 딱히 없다. 본인 기록도 웬만한 달림이의 기록을 훨씬 능가하지만 그저 달림 그 자체를 즐길 뿐이라고 했다. “제 체력이 허용하는 한 계속 할 생각이에요. 나를 통해 장애를 가진 많은 분들이 할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분들을 위해서도 열심히 달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