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협동조합 설립으로 급식, 교복 등 학교문제 해결

김명용 (창원대 학생처장, 법학과 교수)

2013-05-06     경남일보
최근 학교협동조합, 육아협동조합, 귀농귀촌협동조합, 영세상인 협동조합, 행복도시락 사회적 협동조합이 결성되는 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오늘날 이처럼 협동조합 설립이 자유롭게 된 것은 2012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이하 ‘법’이라 한다.)이 제정되면서부터인데,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협동조합에 대해 개별법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어 특정한 형태의 협동조합만이 설립이 가능했다.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말하며(법 제2조 제1호), 사회적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법 제2조 제3호). 협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5인 이상의 조합원 자격을 가진 자가 발기인이 되어 정관을 작성하고 창립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한다(법 제15조 제1항). 이처럼 협동조합은 일반소비자의 권익 향상과 지역 사회공헌 및 사회서비스 또는 사회적 일자리의 창출을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자유로운 설립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학교에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학생들의 급식을 위한 식재료의 안전, 지나치게 값비싼 교복, 학교 졸업앨범 제작비의 담합 등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내 병폐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불량한 식재료의 사용으로 인한 학생들의 집단식중독 발생, 유통기한에 임박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등의 문제로 인해 학교급식의 안전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학부모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식재료의 생산단계는 물론 공급과 유통체계를 직접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 조사에 이르기까지 학교급식의 전 과정을 파악하면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급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생교복의 경우 판매가격을 담합한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어 시정명령의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많다. 일례로 학교가 교복 공동구매 업체로 중소맞춤교복업체를 선정하면, 나머지 학교가 공동구매를 하지 못하도록 ‘공동구매의 단점’을 기재한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사업을 방해하고, 학교가 교복 구매방식을 ‘협의구매’가 아닌 경쟁 입찰인 ‘공동구매’로 정할 경우 중소업체가 낙찰될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학교 측의 ‘공동구매’를 막기 위해 전단지를 뿌리는 등 공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교복공동구매와 관련하여 학부모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일괄 구매하는 방식과 교복 물려주기를 한다면, 교복업체들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의 졸업앨범 제작비도 예외는 아니다. 졸업앨범 제작업체들이 미리 짜고 입찰에 참여해 일거리를 따낸 뒤 낙찰 금액을 담합한 업체들과 나누는 등의 문제로 졸업앨범비가 오르거나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인 학부모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학교협동조합이 졸업앨범을 직접 제작하거나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을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법은 다양한 형태의 자발적인 협동조합의 설립이라는 원칙 아래 기존의 법으로는 불가능한 협동조합의 설립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제도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협동조합의 설립·운영은 자율과 독립을 그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일반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은 없으며, 원칙적으로 정부지원도 없다. 이에 반해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감시와 감독이 필요하기 때문에 설립에 있어서도 인가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법 제85조), 사후적 감독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법 제111조 및 제112조).

이처럼 협동조합의 설립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내부의 자율적인 통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협동조합이 설립되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당국과 학계에서 많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학부모, 학교당국, 관련사업자들의 열린 토론회를 개최하고 각종방식을 통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협동조합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관할교육청과 학교 및 학부모의 긴밀한 협력체제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