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網恢恢 疏而不漏

이수기 (논설고문)

2013-05-16     경남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외교를 만신창이로 만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의 ‘성추행 게이트’로 인해 대통령의 사과에도 점입가경이다. 정부 여당으로서는 짧게는 10월 재·보선, 멀게는 대선까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물이 맑은 웅덩이라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마구 요동을 치면 웅덩이는 금방 진흙탕이 된다는 속담처럼 돼 가고 있다. ‘윤창중 성추행 대참사’와 관련, 도피성 귀국문제 책임을 둘러싼 윤씨와 청와대 간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이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허리를 쳤네, 엉덩이를 만졌네’ 등 윤씨와 청와대가 벌이는 낯 뜨거운 논란을 지켜보노라면 정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성추행 의혹으로 전격 경질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건만, 윤 전 대변인과 이남기 홍보수석은 기자회견이니 반박성 브리핑이니 하며 책임전가에 급급했다. 심지어 권력투쟁을 하고 있거나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대통령의 잇따른 인사실패 지적에도 임명을 강행,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언젠가 사고 칠 인물’로 지목, 야당의 거센 반발에다 새누리당의 우려와 간청도 쇠귀에 경 읽기였다. 소통보다는 고집을, 정치권의 고언 수용보다는 의지 관철을 선택했다. ‘인사 실패의 꽃’은 윤씨도 하나에 속한다.

▶윤씨의 변명은 소가 웃을 일로 누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당장은 눈앞에서는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이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사에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는 ‘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넓어 성긴 것 같지만 새는 곳이 없다’는 뜻으로 한때 사람과 세상을 속이고 잘 숨은 듯 싶지만 ‘하늘의 그물(천망·天網)’을 결코 속이고 빠져갈 수 없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