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에 대한 소고(小考)

강양수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2013-05-17     경남일보
▲강양수 경남도농업기술원 국장.
우리나라 가축분뇨는 연간 3491만8000t이 발생되고 있는데 그 중 12%인 425만5000t이 경남에서 발생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은 좀 더 안전한 먹을거리를 요구하고 있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야만 손쉽게 농산물을 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친환경 농산물은 주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은 유기농산물과 무농약으로 재배한 농산물 등을 지칭하고 있다.

세계인의 생활 속에서 가축분뇨는 인류에게 땔 것, 집을 짓는 재료, 종교, 축제, 예술분야에서도 유용한 소재로 이용되어 왔으며, 농업분야에서는 중요한 비료로 그리고 사료로서 이용가치가 매우 높았다. 특히 농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오늘날 자연순환 개념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00년대 초 수원에서는 똥재의 등급을 매겨 상등품 한 섬은 30전, 중등품은 20전, 하등품은 10전에 거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민간요법으로 효험이 우수한 약재가 비싸서 사기 어려웠을 때 가축의 배설물을 이용했는데 개똥은 굽거나 쪄서 참기름에 개어낸 후 삐거나 타박상을 입은 곳에 바르고, 나귀 똥은 가슴이나 배가 갑자기 아플 때, 토끼 똥은 치질이나 부스럼을 다스릴 때, 돼지 똥은 열병이나 황달을 다스리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가축분뇨를 농업에 이용한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경문화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자는 50여년 전 화학비료가 보편화되기 전에 퇴비를 만들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쇠똥을 주우려 다닌 기억이 있다.

매년 발생되는 가축분뇨는 질소 함량으로 보면 경종농업에 필요한 절대량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가축사육 규모가 대형화되고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해양투기가 금지됨으로써 가축을 사육하고 있는 농가는 분뇨처리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함에도 민원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가축분뇨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분뇨처리시설은 밀폐해야 하며 대규모 축산농가는 축사의 증설을 금지하도록 하고, 덴마크에서는 일정규모 이상 축사시설의 신설과 확장은 허가를 받아야 하며 사육두수에 따라 확보해야 하는 농경지의 하한을 두고, 프랑스는 4개월 이상 저장 가능한 시설을 확보해야 하고 저장시설의 지하수원 오염방지를 위한 거리를 제한하는 등 다양한 관리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축분뇨를 미래의 자원으로서 재조명하고 있다. 가축분뇨는 첫째, 환경을 보존하면서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기능을 한다. 2008년 기준 세계적으로 1억6000만t의 화학비료가 매년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화학비료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칼륨은 채굴기간이 700년, 인광석의 경우는 40년 밖에 남지않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래서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비료자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세계의 유명 유기농 단지에서는 가축분뇨를 이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퇴비뿐만 아니라 액비로도 농가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둘째, 환경과 생태를 살리는 생명고리 기능을 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분뇨의 퇴비화를 넘어서 토양 생태계를 살리는 자원으로 깔짚, 톱밥 등을 넣은 가축분뇨를 미생물이나 천연발효를 이용하여 퇴비화하고 이를 농작물의 비료로 활용하는 자원순환 유기농 단지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 움직임도 활발하다. 셋째, 이산화탄소와 연료비를 줄이는 바이오 가스로 활용된다. 선진국에서는 70~80년대부터 가축분뇨를 청정에너지원으로 개발, 이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17년까지 연간 약 44만t의 가축분뇨를 이용해서 8400만kw의 전기를 생산할 계획으로 있다.

따라서 가축분뇨는 골칫거리가 아닌 미래 산업을 이끌 주요한 자원이다. 산·학·관·연이 협력해서 종합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가축분뇨를 자연순환화하면 ‘당당한 경남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 자원이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