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이혼 법정의 단상(斷想)

2013-05-27     경남일보
어느 통계에 의하면 여덟 쌍의 부부 중 한 쌍이 이혼할 정도라니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이혼률이 급증하는 추세이고 보면 이혼이란 이제 더 이상 죄악도 아니고 불행은 더더욱 아니며, 단지 평범한 선택들 중의 하나일 뿐인 셈이다.

곳곳에서 가정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아우성이지만, 이혼 법정은 연일 만원을 이루고 거기에서의 사람들의 표정은 당당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혼을 진보한 문명의 필수품이라 했던가.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 했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듯이 사람들은 저마다 그들의 결혼생활이 무덤에 빠진 사연들을 이혼 법정에서 줄줄이 늘어놓는다.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여 살을 섞고 살다보면 어찌 사연인들 없겠는가만 모두가 기막히고 한맺힌 사연들 뿐이다.

그래서 이혼 법정에서는 원한과 증오, 질투 등 온갖 추한 감정들이 그대로 폭로된다. 부끄러운줄도 모른 채 자질구레한 구석까지 파헤쳐 철저히 드러낸다. 그들 모두 자신의 잘못은 덮어두고 혼인 파탄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미루며 서로를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린다.

예를 들어 아내가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고 어울려 놀다가 늦게 집에 들어간 일로 남편과 입씨름을 하던 중 남편이 아내를 다소 구타하였다고 치자. 그러면 아내는‘남편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걸핏하면 아내를 구타하였다’고 적을 것이고, 반대로 남편은 ‘아내가 수시로 외출과 외박을 일삼으면서 가정을 소홀히 하였다’고 적을 것이 뻔하다.

물론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이혼 소송에는 거짓과 축소· 은폐가 판을 친다. 소장을 읽어보면 피고가, 답변서를 읽어보면 원고가, 다 죽일 놈이고 망할 년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쪽이 유책 배우자인가를 가려낸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이혼 소송의 당사자들은 대체로 이혼 의사를 확고하게 굳히고 법정에 선다. 그들은 다시는 마음을 고쳐먹지 않을 작정을 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정서적으로는 이미 이혼이 된 상태에서 법정에 들어선다. 그들 대부분은 곪을대로 곪아터진 상황에서 법정에 오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너무 깊어 서로 대면하는 것조차 싫어하는 경우가 보통이고, 법정에서도 서로를 헐뜯기 일쑤다.

또한 별거기간이 너무 길거나 배우자 이외의 다른 이성과 이미 동거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어느 경우나 재결합을 권유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사건들이다. 그들에게 남편이 잘못을 뉘우치니, 아내가 집에 돌아온다니 다시 한번 살아보라고 권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기도 하지만 잔인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집 나간 아내는 왜 그리 많고, 직업도 없이 놀고 먹는 남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이것이 바로 휘청거리는 우리 사회의 진면목일까 두렵다. 사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한다면 그 어떤 법률이 가정을 파멸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이혼 법정은 슬픈 법정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아내와 남편을 잃고 부분적으로는 자식들마저 잃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을 잃고 스스로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그들은 저마다의 ‘판도라의 상자’를 안고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간다.

그러기에 이혼 법정에도 언제나 마지막 희망은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런 탓에 나는 이혼 법정에 들어설 때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김용주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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