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행복을 낳는다

윤재환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

2013-05-29     경남일보
올해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지난 26일 의령에서 2013 전국 의병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제3회 의병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대회였다. 올해가 세 번째다. 필자는 이번 대회 10km에 참가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열린 대회에는 풀코스에 참가해서 완주를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한 터라 그냥 걷는 듯이 뛰었다. 여름처럼 더운 날 푸른 신록과 함께 의령을 찾은 많은 선수들도 땀을 흘리며 완주를 위해 달렸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 선수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 특히 함께한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축하해주고 박수를 쳐줄 때는 황홀하기까지하다. 바로 행복이다. 고생 뒤에 낙이 온다고 했다. 그렇다. 행복은 고통이 낳는다. 고통을 겪고 난 다음에 느끼는 기분이 바로 행복이다.

마라톤 완주도 그렇지만 높은 산에 오르고 나면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 없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느낌에 이른다. 인생이 그렇고 세상이 그렇다. 추운 겨울을 난 나무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고 더운 여름을 지낸 나무에서 알찬 열매가 열린다. 우리가 먹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일같이 밥을 먹는다. 그 밥은 그냥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쌀은 농부가 땀 흘려 가꾼 벼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그 쌀은 도정작업을 그쳐서 집으로 들어온다. 그 쌀은 끼니의 때가 되면 어머니나 아내의 손길로 하얀 물을 만나서 솥에 담기고 나무나 가스나 전기 등의 열에 의해 밥으로 지어진다.

이때 뜨거운 고통이 없으면 밥이 되지 않는다. 물을 만난 쌀은 그 뜨거운 고통으로 인해 비로소 밥이 된다. 그리하여 국과 다른 반찬과 함께 배고픔을 해결한다. 그러니 맛있게 지어진 밥이 뜨거운 고통으로 완성되었다는 생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밥과 함께 먹는 국도 그렇고 가끔씩 즐겨 먹는 불고기도 그렇다. 뜨거운 고통 없이는 맛나는 음식이 될 수가 없다. 이처럼 우리도 큰 고통 없이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는 없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맛있는 음식이 되기 위해 그 뜨거운 고통이 보태어져야 하듯이 뭔가 하나를 성취하려면 고통이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원했던 것을 얻을 수 있다. 젊은 시절에 어른들은 늘 말했다. 젊어서는 고생도 사서 한다고. 그 시절에는 이 말의 참다운 뜻을 몰랐다. 나이가 들고 아이도 키우고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까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안다. 젊어서 고생은 늙어서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고 어떤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데도 스스로 행한다. 마라톤처럼 오히려 편안한 것을 피하고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찾아서 한다. 그리고 보람과 가치를 얻는다. 그 모든 일들은 고통이 함께했기에 진정한 행복이 되는 것이다.

윤재환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