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운 당신입니다

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 간사)

2013-07-03     경남일보
요즘 들어 내게는 특별한 버릇 하나가 생겼다. 대개 길을 걸어 갈 때는 어깨를 활짝 펴고 시선은 멀리 앞을 내다보며 고개는 반듯이 들고 다니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요즘 그와는 반대로 고개를 약간 숙인 자세로 가까운 곳 건물 입구를 기웃거리며 길을 걷거나 고개를 쭉 빼고 운전하기가 일쑤이다. 가끔씩은 공공시설이나 개별 시설물의 화장실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한때 인기만화로 유명했던 로봇형사 가제트도 아니면서 있는 대로 손과 목을 뻗어 물건을 집어보기도 하고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쪼그리고 앉아서 손을 씻어보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나를 보고 약간은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만큼 딱 그만큼의 경계선에서 말이다.

“의원님, 이건 나와 같은 장애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었을 때 손자의 손을 잡고 마음대로 가게로 들어가고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이고 우리 진주시가 자랑스러운 겁니다.”

나를 또 한번 감동시킨 말이다.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먼 미래를 바라보고 내 아이가 노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며 나가 아닌 우리, 우리 사회 모든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그의 폭넓은 배려와 식견에 나는 또 한번 놀라고 감동받은 것이다. 지금에서야 말인데 사실 그곳에서는 차마 이런 말은 못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존재감이라고나 할까, 내가 왜 이들과 지금 같이 자리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어제 저녁은 밤새도록 뿌듯하고 참 행복했다. 비록 1시간 남짓한 척수장애인들과 봉사자들과의 만남이었지만 더운 날씨에 서로의 수고로움을 격려하며 시원한 메밀 냉소바를 대접하는 그들의 손길에서 그리고 후식으로 나온 수박 한 조각을 먼저 건네면서 하나라도 더 먹고 힘내서 일해 달라는 그들의 사랑스러운 눈빛에서 나는 또 한번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특별하게 보호받고 지원받고 의존하려는 것이 아니라 같이 참여하고 동참해서 그냥 같이 가고 싶은 것 뿐입니다. 우리가 도울 일이 있으면 또 언제든지 참여해서 적극 돕도록 하겠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말이다.

“사장님, 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우리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혼자서도 출입할 수 있도록 턱이 없는 출입구를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노 의원은 식당에 와서 음식맛에 대한 평가는 안해주고 출입구 얘기만 하고 갈건가?” 우리 모두가 마음껏 웃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눈 시간이었다.

직업병이라고나 할까. 요즘은 이런 것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든 권유에 의해서든 간에 이러한 진주시의 무장애 도시(Barrier Free City)시책에 시민들의 참여가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고 모두가 편안함을 느끼는 시설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오체 불만족’의 작가 오토다케 히로타다를 생각해 본다. 추측컨대 아마도 지금은 30대 중반을 훨씬 넘은 청장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는 1976년 4월 6일 그의 출생일에 대한 기억을 ‘활짝 피어난 벚꽃 위로 정말 따사로운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던 날’로 표현하면서 비록 팔다리 없이 태어난 이상한 아이이기는 하나 단지 불편할 뿐 불행하지는 않다는 말로 마음의 장벽 없애기, 인식의 장벽 없애기 운동을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펼쳐 나가고 있다. 보호와 동정의 측면이 아닌 자립의 측면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말이다.

이제 진주시가 전국 최초로 무장애 도시 선포식을 가진 지 1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를 현실화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하는 단계에 도달한 만큼 민과 관이 협의하고 추진하는 무장애도시 협의체와 거버넌스를 형성해 나가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잘사는 좋은 세상, 모두가 편안하게 잘사는 진주 만들기에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당신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