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북핵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2013-07-05     경남일보
애물에는 두 가지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 ‘사랑하여 소중히 여기는 물건’과 ‘애를 태우는 물건’이 그것이다. 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식이나 부모 속을 많이 썩이는 자식을 애물단지라고 한다. 예전에는 아기나 어린 자식이 죽으면 관 대신 단지에 담아서 묻었다. 맨땅에는 묻을 수가 없고 그렇다고 관을 장만해서 처리하기도 거북해서 생각해낸 방법이 단지무덤이었다.

▶1992년 2월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발효시킨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하고 다음해 6월 핵카드를 꺼낸 김일성은 북·미 간에 고위급 회담을 유도했다. 2003년 김정일은 핵카드로 6자회담을 불러오게 했다. 김정일은 두 차례(2006년, 2009년)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했고, 대를 이은 김정은은 금년 2월 세 번째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금년 들어 새로이 시작하는 한·미·중 세 정부를 향해 핵 보유국 인정을 요청하는 신호를 연달아 내보내면서 중국에는 특사를 보내 김정은의 방중을, 미국을 향해서는 고위급 회담을 요청하고 남쪽에는 당국간 회담에 응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요청을 묵살하였고, 미국은 회담조건으로 비핵화를 전제했다. 북한 핵은 한국과 중국에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만 세계 안전질서 파괴에도 큰 위협으로 등장했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과 앞선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가 형성됐다. 7월 2일 폐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북한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의장성명이 도출됐다.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온 박의춘 외무상은 외교장관 만찬에서도 다른 장관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지 못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상실했다. 북한 핵은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

박동선·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