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2013-07-19     이은수
DMZ 취재를 갓 시작했을 때는 뭔가 희망을 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지난 60여년 간 사람의 접근이 금지된 까닭에 각종 동식물로 가득한 울창한 숲· 생태계의 보고가 눈앞에 멋지게 펼쳐질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탐방을 계속하면서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오히려 자연을 망가뜨린 주범이 좋은 일을 바랐다는 자괴감에 상처받은 땅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냉전시대가 끝났지만 이곳에는 인간의 지나친 간섭으로 DMZ는 좁혀질 대로 좁아졌고, 전략적 이유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들판에 수없이 불을 질러 무성한 산림도 보기 드물었다. 무엇보다 흐르지 않는 강과 고지와 능선의 전쟁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동족 간에 무엇을 위해 이렇게 피흘려 싸워야 했는지,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고 머리는 복잡했다. 그렇지만 비무장지대는 아픔속에서도 민통선 문화를 꽃피웠다. 그리고 해마다 6월이면 전 세계에서 순례객들이 모여들어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평화의 댐에 설치된 ‘세계평화의 종’ 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네마리의 비둘기 중에 북쪽을 향하는 비둘기 오른쪽 날개 반쪽이 떨어져 있다. 이 날개는 통일이 되는 날 붙여지리라.

DMZ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자체 간에 DMZ 세계평화공원 유치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이제 DMZ는 전 세계와 통하는 네트워크가 된 것이다. ‘정전 60주년, DMZ를 가다’이 기획연재가 이달의 기사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끝나지 않은 전쟁’을 다시 떠올린다. DMZ는 각자와 분리할 수 없는 운명 공동체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