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고기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3-07-23     경남일보
오늘은 중복이다.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더위 중 중심에 있다. 여름휴가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 여름은 한 달 간이나 계속되는 장마가 이상기류를 형성, 중부지방에는 물난리로 야단법석이고 남부지방은 불볕더위로 며칠씩 열대야가 계속돼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예부터 삼복더위에는 기력을 잃기 쉬워 보양식을 즐겼다. 노약자는 개고기를 약처럼 달여 먹었고 어린 닭으로 백숙을 해먹기도 했다. 팥죽을 쑤어 먹으며 안녕을 비는 풍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냇가나 계곡에서 탁족을 하며 더위를 잊는 풍습도 있다. 그러나 ‘복날에 목욕을 하면 몸이 야위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부르며 즐겨 먹는다. ‘단고기 국물은 발등에 떨어져도 약이 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서양에서는 개고기를 금하고 있지만 우리의 보신탕은 오랜 전통음식이다. 최근 들어 북한의 단고기 값은 5~6배나 뛰었다고 한다.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북한의 개고기를 선호해 사들이고 있는 것도 북한의 단고기 폭등 이유가 되고 있다.

▶이렇듯 아시아권에서는 개고기가 보양식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으나 서양에서는 이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상천외한 음식으로 미식을 즐기면서도 동양의 음식은 간섭하는 서양 우월의식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복날 목욕을 금하는 풍습도 같은 맥락이다. 이즈음 물놀이로 인한 사고를 경계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보신탕을 약으로 먹고 안전을 살피는 지혜를 선조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