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기업과 명품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2013-07-30     경남일보
전해오는 ‘물고기가 물에 빠져 죽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어느 호수에 호기심 많은 물고기 한마리가 살았는데 늘 물 바깥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위에 튀어 올라서 바라보는 광경은 재미있고 신기하게 보였고, 날이 갈수록 자기가 살고 있는 물속은 시시하고 답답하기만 하였다. 처음에는 낮게 뛰어 올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체류시간이 늘게 되어 나중에는 물가의 뭍에서 한참 동안 머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수를 지나가던 어떤 나그네가 뭍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를 잡아서 집 항아리에 담가 두었다. 항아리 속이 깊었지만 물고기는 자주 밖으로 튀어 나왔고 한참이 있어도 죽지 않아 이웃사람들이 와서 지켜보고 놀라워했다. 그런데 그 물고기보다 더 오래 견디는 다른 물고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관심이 떨어져 항아리의 뚜껑을 닫아 버렸다. 결국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 물고기는 물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위와 비슷한 맥락으로 김범진은 ‘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예로 들며, 달리기 시합에서 토끼의 방심으로 인해 승리한 거북이가 뭍에서 하는 육상에 소질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고 진정 잘하는 물에서 하는 일에 열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얼핏 보기에 다른 사람의 일이 더 돈이 되고 좋은 것처럼 보여 쉽게 빠져들게 되지만 막상 직접 해 보면 전문성과 실력부족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루퍼트 후게베르프가 발간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기업 리스트’의 명단에 들어간 기업 숫자에서 국가별로 영국,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독일, 일본의 순이며, 이들 G7국가의 비중은 전체 명단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김용범과 이기창의 ‘한국 최고의 가게’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100년을 이어온 기업이 드물다. 이러한 원인에는 짧은 자본주의의 역사도 작용하지만 이외에도 작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추구하는 기질과 상인을 천시하는 유교적 전통이 가업승계를 막아온 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싸구려를 만드는 후진국을 넘어서서 명품을 만드는 선진국이 되려면 장수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성공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과 이시카와 다쿠지의 ‘기적의 사과’에서 썩지 않는 무농약 사과를 만드는 노력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 성공할 수 있고 명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장인정신의 원류는 기예를 닦은 다음 천명을 기다리는 수기임명(修技任命)이다.

길이 많으면 양을 잃어버린다는 뜻의 다기망양(多岐亡羊)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듯이 묵묵히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련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교훈처럼 오랜 정성과 노력으로 명품을 만드는 장수기업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