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공화국

안상근 (객원논설위원)

2013-08-09     경남일보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조항이다. 그러나 민주공화국 대신 붙는 수식어가 너무 많다. 갈등공화국, 자살공화국, 입시공화국, 부패공화국, 알바공화국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갈등공화국이라는 말인 것 같다.

▶지난 2월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사회갈등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균열요인을 민족·종교, 계층, 노사, 지역, 세대 등 5개로 범주화하여 갈등정도를 분석한 결과,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0개국 중에서 12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민족·종교 갈등이 크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 요인을 제외하면 갈등 정도가 3위로 수직상승한다고 한다.

▶연구결과를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의 셀 수 없는 많은 사건들을 보노라면 갈등의 심각성을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취임하자마자 쇠고기 협상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여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국민통합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취임하자마자 남북한 갈등이 극에 달했고, 전직 대통령의 사초 증발사건, 국정원 대선개입을 놓고 벌이는 정치적 갈등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높은 배경으로 민주주의의 성숙도와 정부정책의 효율성을 들고 있다.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정부정책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믿지 않기 때문에 갈등해결이 힘들다는 것이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라는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잡하게 얽혀서 풀기 힘든 문제다. 하지만 현재의 갈등수준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는 국가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안상근·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