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여름

<이상옥 시인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2013-08-23     경남일보
며칠 전 제초제를 뿌렸는데
풀들은 그대로 말랐고
풀벌레 소리는 끊겼다

침묵의 여름이다

머잖아 침묵의 봄*도 오려나

* 레이첼 카슨이 쓴 책 제목
-임창연 <침묵의 여름>



시골의 여름은 풀들로 무성하다. 풀의 무성함은 여름의 생명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나쳐 풀은 금방 농작물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도무지 용솟음치는 풀들의 맹렬한 기운을 감당하지 못할 때 어쩔 수 없이 제초제를 뿌리기도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하다. 들녘에는 풀벌레 소리마저 끊기는 침묵의 여름이 온다. 이는 시골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것만큼이나 스산하고 공포스러운 일이다.

/이상옥·창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디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