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칸 승객입니까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2013-09-06     경남일보
‘당신은 어느 칸 승객입니까?’ 이는 요즘 영화가를 휘젓고 있는 ‘설국열차’가 던진 화두다. 이 영화는 빙하기로 변한 미래를 가상해 전개된다. 2014년 7월 1일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모인 77개국 정상들이 CW-7이라는 화학물질을 대량 살포한다. 그 부작용으로 모든 생물이 사멸하고 지구는 흰 눈으로 뒤덮인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정거장 없이 무조건 달리는 기차에 탄 사람들뿐이다. 기차는 엔진의 창시자이며 절대 지배자인 월포드(에드 해리스 분)의 왕국이다.

▶설국열차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양극화된 사회의 계급투쟁을 처절하게 그린 이념영화다. 인간의 신분은 탄 열차 칸에 따라 결정된다. 맨 뒤 칸에 탄 하류층은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블록으로 연명하면서 노예같은 비참한 생활을 한다. 반면 앞 칸으로 갈수록 신분은 상승되고 생활도 윤택해진다.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전원주택, 나이트클럽, 고급식당, 화려한 의상과 품위 있는 상류층의 사회상이 펼쳐진다.

▶지옥 같은 하류생활을 견디다 못한 하류층은 커티스(크리스 에번스 분)를 중심으로 혁명을 일으킨다. 열쇠를 가진 송강호를 만나 상류층 군대와 혈투를 벌이면서 한 칸, 한 칸 점령해 간다. 그러나 혁명은 성공하지 못한 채 기차의 탈선으로 모든 사람이 사망하고, 다만 아가씨와 소년 둘만이 전복된 기차에서 탈출해 빙하가 녹은 생명의 지점을 찾아간다.

▶설국열차의 흥행몰이는 감동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편승한 것이 더 많다. 지금은 개성시대이다. 이념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이념의 혼재시대다. 어느 한 계층만이 성공할 수 없고, 한 계급이 전체를 지배할 수도 없는 시대다. 혁명의 동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타협을 통해 공존을 모색하는 시대다. 소통의 시대요, 융합의 시대다.

박동선·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