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대방동 掘港인가, 굴강掘江인가

이수기 (논설고문)

2013-09-11     경남일보
조선시대에 선박의 수리·보수, 군사 물자의 하역, 특수 목적 선박 등의 정박을 목적으로 세운 중요한 군사시설로, 방파제와 선착장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곳을 굴강(掘江)이라 했다. 굴강은 선박을 대피하기 위해 만든 구조물이 작은 만(灣)처럼 굽어 있는 데서 유래한 명칭으로 추측된다. 선소(船所) 유적지의 굴강은 마치 구덩이를 판 ‘독(dock)’처럼 물을 채워 배를 진수할 수 있게 했다. 진해의 안골포, 전남 여수시 선소마을의 시전동과 방답진 두 곳에는 굴강이 있다. 하지만 사천시 대방동(大芳洞) 대방진(大芳鎭)에 있는 것은 굴강이 아닌 굴항(掘港)이라 부르고 있다.

▶전남 여수 선소 굴강 유적지는 임진왜란 때 전라좌수사이자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수군을 중심으로 한 여수지역 사람들의 살아간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수 선소 유적지는 1995년 4월 20일 국가사적 제392호로 지정됐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굴강은 천연적인 해안 요새를 택해 만든 인공호이다. 사천의 대방진 굴항은 고려시대부터 남해 연안을 빈번히 침범하던 왜구의 노략질을 방비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조곡 운송선과 전함이 정박했던 곳이다. 말하자면 수군의 기지로 활용했다. 다른 곳의 굴강에 비해 사천시 대방동 대방진의 굴항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국가사적지로 지정요건이 충분하다.

▶굴강의 유적은 전국적으로 5~6 군데가 있지만, 대부분이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다른 지역은 굴강이라 하지만 사천시에 있는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93호인 대방진만 있는 것은 굴항이라 부르고 있어 굴항(掘港)인지, 굴강(掘港)인지 의문이 간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