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인생론’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2013-10-08     경남일보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물은 만물을 선하고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뭇사람이 싫어하는 데 머물고/그러므로 도에 가깝다./머물기는 선하면서 땅에/마음은 착하면서 깊게/주기는 착하면서 어질게/말은 선하면서 미덥게/다스림은 착하면서 바르게/일은 선하면서 능력 있게/움직임은 착하면서 때에 맞게/그저 오직 다투지 않으니/그러므로 허물이 없다.(노자 8장 상선약수:원문생략)

▶노자의 ‘도덕경’을 읽은 톨스토이가 ‘상선약수(上善若水)’편에 대한 인상을 일기에 적어 놓았다.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은 노자가 말한 물이다. 막히지 않으면 물은 흐른다. 둑이 있으면 물은 멈춘다. 둑이 뚫어지면 물은 새어 흐른다. 물은 네모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어진다. 그런 까닭에 물은 무엇보다 귀하고 무엇보다 강하다.’(1883년 3월 톨스토이 일기)

▶젊었을 때 톨스토이는 이상주의자였다. 성욕과 도박의 유혹 앞에 무방비 상태였으며, 쾌락에 탐닉한 채 처절한 환멸과 자괴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었다. 톨스토이에 대한 타고르의 비판과 선배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와의 불화는 익히 알려진 일이다.

▶톨스토이는 56세 때 노자를 읽고 3년 뒤 ‘인생론’을 저술했다. 탐·진·치에 탐닉했던 삶에서 진·선·미를 추구하는 인생으로 돌아서면서 쓴 책이 톨스토이의 ‘인생론’이다.

(박동선·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