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우수성

이수기 (논설고문)

2013-10-09     경남일보
한글날인 오늘은 지난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23년 만에 공휴일로 부활됨으로써 한글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반갑기 그지없다.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83.6%가 찬성했다면 대다수 국민들도 생각이 그러했던 모양이다. 한글날을 법적으로 기념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말과 글을 우리 스스로가 오염시키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 먼저일 것이다. 한글은 독창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든 것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뛰어난 문자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한글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한글은 문자의 간편성을 비교해볼 때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중국어는 9만여 자, 일본어는 92자, 영어는 26자인데 비해 한글은 원래는 28자에서 24자로 그 어떤 문자도 비할 바가 못된다. 실제로 한글은 컴퓨터 자판기 속에 쏙 들어가지만 중국어나 일어는 컴퓨터나 휴대전화 자판기에 직접 배열하기가 어렵다.

▶한글은 훈민정음 해례본이나 실록과 같은 역사서에서 분명히 ‘세종어제’(世宗御製·세종대왕이 직접 만듦)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세종대왕이 만든 것은 분명하다. 한글날이 23년 만에 공휴일로 부활된 가운데 일제 강점기 한글 말살에 앞장섰던 일본에서도 K-POP 등 한류바람을 타고 아니러니하게도 한국어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로 567돌을 맞는 한글날. 그동안 우리들은 우리글과 말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시작된 한글 파괴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글날은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우리말과 이를 담는 한글의 우수성이 왜 민족적 자긍심의 상징이 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우리 말글에 대한 사랑을 되새기는 날이 됐으면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