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치의 시 (김신웅 시인)

2013-10-14     경남일보
거대한 바다의 무게에 짓눌려 납작해져 버린,



이제 얕은 물에 담가놓아도 부풀어 오를 줄 모르는 넙치여,



억눌리고 억눌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내장을



삼키고 삼켜, 그만 뒤통수까지 밀려난 눈으로



넙치여,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한(恨)의 무늬처럼



심해의 밑바닥에 뱃가죽을 붙인 채 엎드려 있었어도



기어코 하늘을 보려는구나, 하늘을 보려는구나





※작품해설:바닥은 차별이 없다, 낮은 것들만 스스로 모인다, 더 이상 망가질 일도 추락의 염려도 없다, 뱃바닥으로 더듬어도 아는 달관은 한 접시의 물에도 엎드려 견디는 슬기로 배운 것, 유영의 지느러미를 접고 인고로 눈 뒤집힌 광어( 廣魚)여, 몸서리치는 한 시절이 내장까지 게워 올렸지만 비상을 견주었든 일이 너 뿐이겠는가, 세상의 수심은 언제나 제 몫 만큼만 키를 잰다. 오, 가슴만 키운 넙치여. 그래도 넌 눈구멍이 왼쪽이라 도다리는 면했지 않는가.(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