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행나무 가로수 40년 늦은 정책

이수기 (논설고문)

2013-10-16     경남일보
3억 년 전쯤의 석탄기에 은행(銀杏)나무의 선조가 나타났다. 은행나무는 열매가 살구나무의 열매를 닮았고 은빛이 난다하여 은행이라 한다. 가로수 중 제일로 많이 심은 은행나무는 자랑스러운 몸체와 향기로운 열매를 가졌지만 아주 쓸쓸한 나무다. 대부분의 나무가 벌레를 불러서 사귀고 개미 등 벌레들의 등반을 허용, 사교장을 제공하지만 은행나무는 참으로 고결하기만 하다. 더욱 그가 고독한 것은 오직 지구 위에 한 종 밖에 없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부터 접을 붙여 은행나무도 개량하고 있다.

▶은행나무의 열매는 손자가 태어나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공손수’, 잎의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해서 ‘압각수라’고도 한다. 꽃말은 ‘장수, 정숙, 장엄함’이다. 은행나무는 심은 지 20년쯤이 지나야 은행 열매를 맺으나 접붙이기의 묘를 살리면 2~4년이 지나면 열매를 맺어 은행을 수확 할 수 있다.

▶오래 살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많이 있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데 수나무에서 날아온 꽃가루가 있어야만 암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열매의 외피는 고약한 냄새가 날 뿐 아니라 만지면 ‘은행옻’이 오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가로수 60여종 중 은행나무가 약 40%를 차지하자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몇 년 전부터 열매가 안여는 수나무로 교체 중이다. 매년 가을이면 암나무 열매로 인한 악취 민원이 봇물을 이루면서 접을 붙여 아예 열매를 맺지 못하는 수나무만 가로수로 심기로 한 것이다. 일본은 은행나무가로수를 오래 전부터 모두 접을 붙인 수나무만 심은 것을 감안할 때 우리는 40여년이나 늦은 정책이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