令監 호칭은 커녕 ‘황혼이혼’시대

이수기 (논설고문)

2013-10-31     경남일보
영감(令監)이라는 말은 시대적으로 어른을 의미 또는 노인네를 칭해 사용하는 용어다. 정3품은 통정대부(通政大夫) 이상의 당상관 혹은 영공(令公)의 종2품과 정3품의 벼슬아치에 대한 호칭과 나이 많은 남편을 부인이 높여 부르는 말이다. 남편을 높여 부르는 말은 이미 사라졌고, 10여년 전 일본에서 유행처럼 확산하던 ‘황혼이혼’이 일상사가 됐다. 60~70대 이후 노년기의 이혼으로 자녀들이 출가했거나 독립할 수 있게 된 후의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과거는 ‘황혼이혼’을 하면 동네의 화제감이었으나 이젠 ‘흉’이 아닌 세상이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해로(偕老)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것은 저마다 피치 못할 사연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33만 쌍이 혼인해 11만여 쌍이 이혼했고, 이혼 4쌍 가운데 한쌍(26.4%)은 결혼생활 20년 이상된 ‘황혼이혼’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황혼이혼’의 80%는 여자쪽에서 요구한다. 오래된 친구가 편하고 정다워 좋듯, 묵을수록 장맛이 깊고, 감칠맛 나듯한 부부사이라는 말도 시대의 변화를 맞고 있다.

▶예전엔 얼마 남지 않은 인생 그냥 살자고 참았으나 ‘황혼이혼’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늦었지만 남은여생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자식 때문에 참고산다’는 말과 ‘수십 년 참았는데 다 늙어서 이혼하면 뭐하느냐’는 말은 옛말이 됐다.

▶중년 남성들에게 ‘황혼이혼’이 언제 닥쳐올지 모른다는 말은 웃어넘기기에는 뭔가 씁쓰레함을 던지는 것 같다. ‘시집살이’가 따로 없어 퇴직한 ‘남편살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집에서 3끼를 먹는 ‘삼식(三食)이’란 말도 한다. 60~70대 중 부인으로부터 영감이라는 존경받는 호칭은커녕 ‘황혼이혼’시대가 됐다. 부창부수(夫唱婦隨)는 옛말이고, 부창부수(婦唱夫隨)시대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