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 거울

2013-11-01     경남일보


 
단지 거울만으로

나를 볼 수가 없다



해의 방향과 기울기와 뜨거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산사나무 그림자



네가 바라보는 동안만 선명한 내 맘 같은    -이문자 <땅바닥 거울>



‘그림자’는 고대로부터 하늘의 질서를 읽는 도법이었다. 영국의 스톤헨지,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고 신라의 첨성대가 모두 그 본보기들이다. 오늘날의 카메라도 결국엔 그림자를 포착하려는 의도로 고안해 낸 것이라 하니 문득 발밑에 매달린 그림자가 예사롭지 않다. 그럼에도 ‘해의 방향과 기울기와 뜨거움에 따라’ 그것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무심하게 여겼다. 햇볕이 쨍할수록 선명해지는 그림자처럼, 우리들 생도 누군가의 선명한 시선 앞에 쨍할 날이 있으리라. ‘너’와 ‘나’가 마주보는 그 ‘선명함’의 세계, 그리하여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나’의 눈빛을 수시로 다듬어야 할 일이다.
차민기(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