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소수의 아픔 외면하지 말아야

2013-11-04     양철우
다수는 막강하며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다수는 세상을 지배한다. 반면 소수는 약하고 고립되고 외면 받는다.

그래서 소수는 항상 다수의 지배를 받는다. 밀양 송전탑 아픔이 계속되고 있다. 송전탑 아픔을 겪는 사람은 소수다, 이들 소수 대부분은 고령의 할배 할매들이다. 이들은 지금 밀양 지역에서도 고립되고 외면 받고 있다.

10월 17일 밀양 시민의 날. 다 같은 밀양 하늘아래 다수는 수 천만원을 들여 잘나가는 가수도 초청해 잔치판을 벌이고, 소수는 송전탑을 막기위해 목줄을 걸어놓고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다 같이 초청받아 생일 잔치를 벌여야 할 판국에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소수의 아픔을 행정이 외면한 것이다. 언론마저 외면 한다면 이들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옆집에 초상이 났으면, 웃음 소리도 낮추고 슬픔을 나누는 게 기본적인 도리다.

기사가 나오자 부랴부랴 밀양시가 행사를 축소하고 엄용수 시장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과 송전탑 사태의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지만, 결국 사후약방문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사실 행정이 어렵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엄청난 비난이 따른다. 이날 행사도 고민을 거듭하다 택한 차선책일 것이다. 차선책이지만,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통해 소수의 아픔을 다시 한번 챙길 수 있는 행정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