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주선화 시인)

2013-11-11     경남일보
후미진 시장 뒷골목 어머니 굴을 잡는다

두드려도 때려도 벌리지 않는 입을 쩌억 벌리게 하는 힘은

굽은 등과 한쪽 다리를 접고 앉은 팔의 힘이다

쉬가 마려운 어머니 일어나신다

걸어가시는 모습이 ㄱ자시다

낫 놓고 ㄱ자 모른다 하신다

낫은 알제, ㄱ은 뭐란당가?

칠 남매 키운 힘은

저 굽은 계단이다

큰낫고개 놋점이고개 넘고 넘어

호미로 굴을 캐고 낫으로 굴을 잡는

굽은 허리로

하루를 밀고 당기는 저 힘,

더 이상 구부러지지 않은 계단을 끌고

어머니,

ㄱ자 계단 ㄱ ㄱ 걸어가신다



※작품 설명: 수좌승보다 더 큰 인고로 자식이라는 심오한 화두로 한 생을 증진과 실행의 행함이 오체투지의 자세를 낮추었을 것이다. 묵언의 수행자는 언어도 걸림일 뿐, 무아의 몰입에만 구도하여 섬돌처럼 납작해진 등짝, 그 위에서 우린 체중을 늘렸고 눈의 높이를 키웠나니, 법당보다 더 신성한 저잣거리에서 반야의 도를 구하시는 어머니, 그 골목에고 이제 겨울 손끝이 시립 습니다, 오 나의 아발로키테슈알라(관세음의 본디 이름). (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