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강동현 (편집부장)

2013-11-11     강동현
“시장 이전에 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으로 박은선 선수의 인권과 관련된 억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1980년대 인권변호사로 활약한 바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트위터를 통해 ‘성별 논란’에 휩싸인 박 선수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한 글이다. 박 시장은 박은선이 소속 된 서울시청 여자축구단 단장이기도 하다.

▶요즘 국내 여자축구계는 어처구니 없는 ‘성별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의 성 정체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이 화근이 됐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박은선이 남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내년에 박 선수를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는데 결의했다. 박 선수의 소속 구단 서울시청은 “당사자의 인격과 자존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발끈했다.

▶박은선은 180cm, 74kg의 뛰어난 신체조건으로 올 시즌 WK리그 득점왕(19골)에 오른 톱 스트라이커다. 하지만 보이시한 외모, 낮은 목소리 등의 이유로 그녀에게 늘 ‘성별 논란’은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녔다. 이에 박은선은 SNS를 통해 “성별 검사를 한 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월드컵 때, 올림픽 때도 받아서 경기에 출전했다. 그 때도 어린나이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축구 종주국 영국의 BBC까지도 박 선수의 성별 논란을 보도하자 누리꾼들은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며 속상함을 토로하고 있다. 논란을 야기시킨 구단 감독들의 ‘아니면 그만’이라는 단순 사과는 용납될 수 없다.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더 이상 박은선에게 아픔의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