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벌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2013-11-21     경남일보
김치와 함께 옥스포드 사전에 올라가 있는 몇 안 되는 한국어가 재벌(Chaebol, Jaebeol)이다. 대가족 또는 가(家)라는 혈연집단을 사회조직의 기본원리로 삼았던 문화적 특성이 산업화 과정의 기업조직에 반영되어 가족주의적 소유경영체계를 유지시키게 된 것이 우리의 재벌이다. 그리고 무기술, 무자본, 무인적 물적 자원의 고도성장기에 권력과의 결합에 힘입은 바 크다.

▶생산구조의 관련성에 구애받지 않는 다각화를 통해 여러 시장에 많은 계열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은 선진국과의 우월한 경쟁력 확보, 그리고 불완전한 시장조건하에서 공업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후진 공업국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필요악이다. 그래서 권력의 동참과 소수 기업을 중심으로 물적·인적 자원을 집중시켰던 사회적·경제적 특성이 재벌을 형성시키는 배경이 된 것이다.

▶편법을 쓰지 않고서는 재벌은 불가능하다. 소수의 일족이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순환출자나 지주회사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른 특이한 것은 재벌 내부뿐 아니라 재벌들끼리 폐쇄적인 혈연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수에게 경제력이 집중되어 효율적 자원배분을 왜곡시키는 과점적 시장구조와 불균형 산업구조를 파생시키는 재벌은 부와 권력의 불균등 분배구조를 심화시키는 사회적 결과도 야기시킨다.

▶지난 총선에서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활발히 논의됐었다. 재벌의 독과점을 막아 시장경제의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독과점은 시장경제체제의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