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장옥관 시인)

2013-11-25     경남일보


-장옥관-



흰 비닐봉지 하나

담벼락에 달라붙어 춤을 추고 있다

죽었는가 하면 살아나고

떠올랐는가 싶으면 가라앉는다

사람에게서 떨어져나온 그림자가 따로

춤추는 것 같다

제 그림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그것이

지금 춤추고 있다 죽도록 얻어맞고

엎어져 있다가 히히 고개 드는 바보

허공에 힘껏 내지르는 발길질 같다

저 혼자서는 저를 들어낼 수 없는

공기가 춤을 추는 것이다

소리가 있어야 드러내는 한숨처럼

돌이 있어야 물살을 만드는 시냇물처럼

몸 없는 것들이 서로 기대어

춤추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나를 할퀴는

사랑이여 불안이여

오, 내 머릿속

헛것의 춤



※작품설명=보이지 않는 작용의 힘, 환경과 요인으로 자력이 현상되는 빙의처럼 오만가지 상념들이 핑계의 이름으로 출렁이고 있다. 이 고요와 안식의 균열들이 딱히 너로 기인되는 것만도 아닌데. 생의 담벼락에 앙금을 휘몰아치며 같이 뒹굴어야 하는 이 헛것들. 떨치지 못하는 이 실체들.(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