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됐나

이수기 (논설고문)

2013-12-04     경남일보
모든 일에는 일정한 한도가 있다. “달이 차면 기울고 물이 차면 넘친다”는 말과 같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의 고사는 사물의 발전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흥망성쇠는 반복하는 것이므로 어떤 일을 할 때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달도 차면 기울고, 꽃도 피면 반드시 지고 만다. 권력도 그렇다. 그릇이 비었을 때는 약간 기울고 물이 8부 정도 차면 반듯이 놓이고 물이 가득차면 그릇이 뒤집어질 수 있다.

▶물이 차서 오래 있으면 그 물은 썩을 것이고, 또 그 물이 넘치면 너무나 큰 재앙이 불보듯 뻔한 이치다. 더 썩기 전에 물을 흘려서 새로운 물로 채우고 맑은 물을 국민에게 나눠줘려면 국민도 힘들지만 그 시원함을 느끼게 되고 둥지를 틀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 국민들은 현 상황의 국회를 냉정하게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여야를 비롯, 각 진영이 주장하는 선(상식)과 악(비상식)이란 개념은 단지 내가 속한 집단에 이로우면 선(상식)이 되고, 해가 되면 악(비상식)이 된다는 고집이 판을 치고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입에서 “현 상황은 국회 해산감”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국회가 파국을 불사하는 형국이라면 국민여론에 부응하는 제도적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국민 91.1%가 ‘국회의원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고 강한 불신이 표출되는 가운데 여야 대표·원내대표의 4자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 계속 논의키로 하는데 그쳤다. 지난 2일의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時限)을 위반한 국회는 11년 연속 위반에 대해 국민이 무섭지 않나. 국회 어쩌다 사상 최초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런 지경이 됐나.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