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심포지엄

정만석 (정치사회부장)

2013-12-09     정만석
심포지엄은 ‘술잔치’를 뜻하는 그리스 말에서 나왔다. 심포지엄은 고대 그리스 상류 사회의 풍습이었다. 목적은 음주가무였는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7~9개 소파에 기대어 만찬을 즐긴 다음 게임도 하고 연주도 감상했다. 이들은 물로 희석한 포도주를 마셨다. 포도주 원액을 마시는 것은 천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손님이 원하면 여흥을 위해 나온 여인들과 잠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말에 ‘취담(醉談) 중에 진담(眞談)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고대 아테네 사람들도 술 기운을 빌려 정치·철학·사랑 같은 다양한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벌였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심포지엄은 ‘철학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플라톤의 ‘향연’(饗宴)에 기록됐다. 이 기록은 기원전 416년 겨울, 비극 작가 아가톤이 주신(酒神)인 디오니소스의 축제에서 벌어진 비극 경연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것을 기념해 아테네 명사들을 집으로 초대해 ‘사랑’을 논한 내용이다.

▶심포지엄이 최근에는 향연이라는 의미 외에도 학술적인 토론회나 그 밖에 신문·잡지 등에서 특정한 테마를 놓고 2명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각자의 견해를 발표하는 지상토론회의 뜻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생활 또는 학술상의 중요한 문제를 공동의 장소에서 철저하게 토론하는 것이 심포지엄의 정신이다. 그래서 현안이 있을때마다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곤 한다.

▶그러나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이 심포지엄을 활용해 주민들을 현혹시키는 경우가 있어 씁쓸하다. 입맛에 맞는 강사를 골라 ‘이런 내용으로 접근해 달라’라고 조르기도 하고 또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채 기만으로 얼룩진 심포지엄이 최근들어 난무하고 있다.

정만석 (정치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