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성(性)역할변화

이수기 (논설고문)

2013-12-11     경남일보
과거엔 남자는 밥 해주고 수발 잘해줄 ‘참한 여자’를 찾는 경향이 많았다. 여자는 경제적으로 의지할 남자를 찾는 게 대개였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남녀 공히 취미와 여가를 함께 즐기며 여생의 동반자로 지낼 사람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과거 현모양처(賢母良妻)는 ‘어진 어머니’와 ‘착한 아내의’ 덕목을 강조했다. 현모양처는 ‘여자=주부=착한 아내+현명한 어머니’라는 등식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강요된 미덕인 셈이다. ‘남자=일, 여자=가정’이라는 성(性) 역할 분업은 근대의 산물이다.

▶모계사회 때는 여성 우위였지만 이후 수렵시대에는 육체적으로 힘의 우위를 가진 점에서, 농경사회에는 돈과 권력을 확보한 점에서 남성에게 선택권이 넘어갔다. 하나 ‘적게 낳아 잘 기르자’는 말과 같이 자녀의 수가 적어지면서 부모가 못 이룬 꿈을 자식이 대신하여 이루어주도록 기대하면서 자식들을 너무 귀하게 여기는 풍조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위원이 내놓은 ‘가족의 역할 및 관계 실태’란 연구논문에서 부부의 성역할에 대한 태도를 분석한 결과,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체로 찬성하는 비율은 41%, 전적으로 찬성하는 비율은 5.7%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긍정 비율이 46.7%로 절반을 밑돌았다.

▶요즘 남성들 간에 우스갯소리로 세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말도 한다. 어릴 때는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하고, 혼인 후는 마누라 말을 잘 들어야 하며, 운전 할 때는 내비게이션에서 흘러나오는 예쁜 여성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통적인 부부 성(性)역할에 대한 여성의 인식이 크게 변해가고 있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