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2013-12-20     경남일보
디카시






















심장을 등지고

다리가 길어 나왔다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오래 씹어 삼킨다



-박우담 <변이>



어느 날 아침, 단단한 등껍질과 여러 개의 가느다란 다리가 달린 벌레로 변해 버린 사내가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던 그는 더 이상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된다. 사내가 곤충으로 변했다는 걸 알고서도 예전처럼 그를 대하던 가족들은 점점 그를 벌레로 대하기 시작한다. 결국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된 사내는 외롭게 죽음을 맞는다. 100여 년 전, 카프카가 쓴 ‘변신’(1915)의 줄거리이다. ‘자본’을 창출하지 못하는 인간은 벌레와 같다는 인식에 가슴 아래께가 선득해진다. 찢어진 낱낱의 목숨들 앞에서 자본주의적 일상을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