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말 믿는 것이 더 낫다’

이수기 (논설고문)

2013-12-27     경남일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계사년이 저물고 있다. 세월이 참 빠르다. 올 한 해는 무엇을 하고 살았나 되새겨 볼 때다. 사람에 따라 아쉬움과 후회들로 가득하다. 한 해를 보내며 우리가 주로 언급하는 한자성어 중 하나가 다사다난일 것이다. 철도 파업, 북한문제, 특검문제 등 산적한 난제가 많다. 올해는 정치권의 극한 대결에다 막말도 심했다. 막말 자체만 놓고 보면 시정잡배 수준도 있었다.

▶웃음과 흥을 잃은 한해였다. 즐겁게 한바탕 폭소를 터뜨린 기억은 그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이 있다 해도 오늘이 있음을 우리는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오늘은 비록 괴로운 일이 더 많고, 슬픈 일이 더 많고, 고통의 연속들이 줄을 서고 있어도 오늘 현실을 지극히 사랑해야 하며 극복의 씨앗을 뿌려놓아야 한다.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향해야 할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스스로 심각하게 자문해 불필요가 있다. 계사년의 저무는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희망과 기대를 갖고 갑오(甲午)년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면 여전히 암울한 모습이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소속정당을 위해 싸우느라 여념이 없다. “세상에서 제일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다”는 말도 한다. 오직했으면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믿는 것보다 ‘차라리 사기꾼 말을 믿는 것이 더 낫다’는 말도 한다. 존경을 받아야 할 정치권 인사들이 ‘사기꾼 보다 더 나쁘다’는 말을 듣고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인사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고민하고 겸손히 섬기는 태도를 가질 때 나라가 성장하고 발전한다. ‘분노의 정치’엔 미래가 없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