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시> 해 돋네

주강홍 (시인, 진주문인협회장, 경남문인협회 부회장)

2014-01-01     경남일보
해 돋네



해 돋네

미명에 부리를 쪼아 붉은

해 돋네



바다는 사금파리처럼 빛나고

파도도 나직이 엎드려

푸른 수심을 딛고 갑오년

새해가 돋네

풀잎은 동녘으로 몸을 낮추고

겨울 언 나목들도 몸을 비트는 사이

순백의 세상에

황금 빛 찬란히 새 해가 오시네



해 돋네

사람과 사람들의

가슴팍 더욱 경건하여

어질게만 살아도 넉넉한 반도의 끄트머리

새벽이 홰를 치고 붉은 해 돋네

하늘을 모시고

바람을 끌어 당겨

옹골찬 언약의 손마디 헹구며 은혜로이 오시네



해 돋네

사랑하는 이들의 주름진 손등에

한 움큼 소망들은 붉게 스며들어

올 곧은 사람들이 의롭게 살아가고

성실한 이들이 근면히 살아가는 배달의 이 땅에

입김 따스게 세상의 눈을 밝히고

갑오년 새 해가 푸른 말굽소리로 찬란히 오시네.



그리하여 붉은

해 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