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2014-01-03     경남일보
디카시
필시 무허가 조업이지 싶다

이판사판 휘갈겨대는 생애사의 한 모퉁이



지구가 자전을 멈출 만큼 절박한 것들은 대개

대본이나 인허가 없이 시작되는 법



왈칵, 시퍼런 그리움 또한 그런 것이니

-이문자 <속수무책>



‘그리움’이 ‘무허가 조업’과 같다는 발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돌아보는 지난 한 해, 우리들 생이 행여 ‘이판사판 휘갈겨’ 댄 나날들은 아니었는지, 내다보는 새 한 해는 또 그렇게 ‘절박한 것들’로 빼곡하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한 숨, 두 숨, 숨 고르기를 하다보면 어느 날 불쑥 저며오는 가슴 아래께의 먹먹한 통증. 제 손으로 가만히 도닥여보는 그 자리는 언제나 그리움의 자리. 새해엔 그 ‘시퍼런 그리움’의 자리에 새날 새 빛과도 같은 환한 반가움이 돋쳐 오기를!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