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靑馬)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4-01-07     경남일보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맨 처음 공중에 매달 줄 안 그는…’으로 이어지는 유치환 시인의 시 ‘깃발’의 한 대목이다. 그는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로 더 유명한 로맨티스트였다. 그 유치환 시인의 호가 청마(靑馬)이다.

▶올해는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천간(天干)중 갑과 12지의 오(午)에 해당하는 60갑자(甲子)중 갑오년, 즉 말띠해이다. 천간의 갑(甲)은 봄과 푸른색을 의미해 특히 올해를 청마의 해라고도 한다. 푸른빛의 갈기를 휘날리며 대륙을 힘차게 내닫는 기상의 말을 연상하면 새 기운을 얻는다.

▶역사속의 청마의 해도 뜻 깊은 해였다. 1654년 효종은 나선(러시아)정벌에 나서 대승을 거둔다. 뛰어난 화기와 기마민족의 기상을 유감없이 발휘한 빛나는 전투였다. 1894년에는 고종이 군국기무처를 통해 국정쇄신을 꾀한 갑오경장이 있었다. 거문고의 줄을 다잡듯 국정을 현대식으로 쇄신하고 각종 사회제도를 현대식으로 바꿨다. 모두 푸른 말의 해 갑오년(甲午年)에 일어난 일이다.

▶21세기 첫 청마의 해, 청마처럼 솟아오르는 국운으로 융성하길 기대해 본다. 주변의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다시 한 번 경장(更張)하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마민족의 기상을 살려 웅비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는 것이다. 더불어 호(號)가 청마인 유치환 시인을 재조명하는 행사도 열렸으면 좋겠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