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2014-01-10     경남일보




당신이라는 벽걸이를 힐끔거리며
지나가는 이 길의 끝을
나는 알지 못한다.

패턴처럼 누워 있는
시간의 정수리를 밟으며
걸어갈 뿐

<복도> -정푸른



새해 새 다짐으로 목청 돋웠던 일들이 허물어지고 말았다는 한숨소리를 여기저기서 듣는다. 돌이켜보면 그 다짐도, 허물어짐도 매년 반복되는 일들이다. 문예학에서 ‘패턴’은 결정적인 하나의 계기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의미 있는 반복’을 뜻한다. 의미 없이 나열된 저 패턴의 끝에 ‘벽걸이’ 하나를 걸면 저 칸칸들은 벽걸이로 향하는 의미 있는 반복(과정)들이 된다. 이맘때면 매년 허물어지는 다짐들 끝에 걸어둘 만한 벽걸이를 다시 생각할 때이다. 그리하여 허물어진 하루하루를 일으켜 세울 일이다. 아직 허물어지지 않은 날들이 더 많이 남았기에.

/창신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