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상생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2014-01-16     경남일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타계 소식을 접한 세계 각국 정치사회 지도자들은 ‘자유와 상생을 이룬 위대한 분’이라고 추모했다. 그런데 자유와 상생의 시대정신을 자유주의틀 안에서 일찍 얘기한 사람이 미셀 푸코다. ‘안전, 영토, 인구’(콜레주드프랑스 강의·1977~78년)가 그의 사후 30여년이 지난 주목받는 이유는 자유주의가 전혀 색다른 관점에서 분석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를 사적 기업의 효율성, 자유무역, 시장자유화 등 시대적 현안에 대한 시장주도적 접근법을 골자로 하는 체제로 이해하는 푸코는 자유주의를 인간들에 대한 새로운 예속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자유주의 안에서 활동하고 살아가는 개인을 ‘호모 에코노미쿠스’, 즉 ‘비용과 수익’이라는 실리주의적 이해관계 계산을 중심으로 모든 위험부담을 스스로 책임지는 주체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푸코가 이해하는 자유주의는 자립을 가능케 할 모든 집단적 조건을 약화시켜 가면서 자기관리, 자기경영 능력을 강요하는 것이 자유주의의 폭력이자 현주소이다. 자유주의는 한마디로 이에 순응하는 ‘자유주의적 주체’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자유주의의 목표이다.

▶‘안전, 영토, 인구’에서 중심 개념은 ‘통치’다. 푸코에게 ‘통치’란 감시와 처벌을 지향하는 규율권력과 생명관리권력을 종합하는 개념이다. 통치는 이러한 이중관리를 통해서 순수한 복종의 원칙, 통일된 행동유형으로서의 복종, 자기의 의지를 갖지 않으려는 의지 외에 그 어떤 의지도 갖지 않는 주체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도한다. 푸코에게 자유주의란 개체간의 상생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상생적 자유주의 몸부림은 추구되어야 하는 시대정신이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