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녀 기황후’

이수기 (논설고문)

2014-01-24     경남일보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기황후’는 원나라의 궁녀로 들어가 황후까지 오른 고려여인 기황후의 일대기를 다룬 사극이다. 드라마가 ‘이국땅에서 고려의 자긍심을 지키며 운명적 사랑과 정치적 이상을 실현한 여인’으로 묘사하게 되고 있다. 기황후는 입지전적인 인물임은 틀림없다. 이국땅에서 궁녀로 들어가 원나라의 권력 실세인 황후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1365년 제1황후가 세상을 뜬 뒤 25년 만에 원나라 제1황후가 되었다. 기황후가 소원을 이뤘을 무렵, 원나라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져 있었다.

▶기황후는 자신의 집안을 조정해서 고려에 내정간섭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기황후는 원나라가 고려를 침략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기씨 집안이 고려 서민들을 착취한 일에도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고려사에는 오빠인 기철 등 기씨 4형제 집안의 횡포 때문에 전국이 고통을 당했다고 적혀있다.

▶기황후는 사망한 부친 기자오는 영안왕에 봉해지고 장헌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어머니 이씨에게는 대부인이라는 작위가 내려왔고, 집 문에는 ‘정절’이라는 정표가 세워진다. 기황후의 오빠인 기철은 원나라로부터 ‘정동행성 참지정사’에 임명되고 고려로부터도 덕성부원군에 봉해졌다. 또 다른 오빠인 기원은 원나라 ‘한림학사’ 벼슬을 받았다.

▶1356년에 공민왕은 기철 일당이 역모를 꾀한 혐의를 잡고 전격적으로 숙청해버린다. 기씨 일당의 목이 궐 밖에 던져질 때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공민왕은 기철을 죽인 뒤 고려에 설치한 원나라 기관인 ‘정동행성이문소’를 없애고 원나라 연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원에 빼앗긴 옛 땅을 찾는 일을 추진했다. 기황후에 대한 역사평가에서 그녀의 실체는 ‘매국녀’에 불과하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