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버린 5만원권

이수기 (논설고문)

2014-01-28     경남일보
지난 2009년부터 한국은행에서 발행해온 5만원권이 마늘밭에 묻었는지, 장로 속으로 숨었는지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그 많은 5만원권은 다 어디로 갔는지, 지난해 전체 화폐발행잔액(63조3659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2%에 이르는 데도 찍어내기 무섭게 시중에 돌지 않고 숨어들고 있는 방증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49.0%에 머무는 등 시중에 풀려나간 5만원권의 절반가량이 한국은행 금고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제 덩치가 커지면서 화폐 물량도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늘어난 규모와 증가 속도를 보면 흠칫해진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부터 설을 앞두고 발행한 5만원권 새 지폐를 각 은행의 점포별로 교환이 시작되고 있지만 올해 설에는 빳빳한 5만원권 새 지폐를 세뱃돈으로 주고받는 일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5만원권의 경우 새 지폐는 고사하고 구경 자체가 쉽지 않다.

▶우리의 지하경제 규모가 1년 예산과 비슷한 350여조원에 이른다 한다. 지하경제 수요를 의심받는 5만원권 증가가 두드러졌다. 시장경제를 살려야 할 돈이 지하금고로 들어간 것이다. 세원 노출을 꺼려 현금 거래는 늘어나고 고액권은 숨는 고질적인 지하경제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지하경제 양성화에는 인센티브가 효과적이며 세금 공세는 오히려 검은 돈을 숨게 만들 것이라는 지하경제 전문가 슈나이더 교수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이유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세무조사 강화라는 ‘채찍’과 함께 성실납세에 상응한 보상이라는 ‘당근’도 함께 제시해야 지하경제 양성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가 금고 속으로 꼭꼭 숨어버린 5만원권을 불러낼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