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앙신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4-02-03     경남일보
우리나라 세시풍습을 보면 집안에도 갖가지 신이 있어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것으로 믿었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신이 조앙신이었다. 부엌을 관장하는 신으로 해마다 섣달그믐이면 옥황상제를 만나러가 한해동안 그 집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낱낱이 고해바치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인지 불과 얼마전에만 해도 부뚜막에 조앙신을 모셔두는 풍습이 있었다.

▶부엌의 별칭은 정주(鼎廚)가 어원인 정지 또는 주방이 있는데 예부터 혼용해 왔다. 부엌이라는 말은 ‘불’을 의미하는 부와 불언저리를 의미하는 부뚜막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청산별곡에는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정지 가다가 드로라.(중략)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라는 구절이 있다.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부엌 주변을 가다가 듣노라’라는 뜻이다. 지금도 경상도에는 부엌을 정지라고 부른다.

▶조앙신을 모시는 부뚜막에는 대추, 호두, 곶감과 부엌사탕이 필수적으로 놓였다. 섣달그믐날에는 수탉을 잡아 올리기도 했다. 조앙신이 옥황상제를 만나려 갈 때 타고 올라가라는 의미이고 사탕은 달콤한 이야기만 고해 바쳐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시풍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다.

▶지난달 30일이 음력으로 섣달그믐이니 옛 풍습대로라면 조앙신이 옥황상제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정한수 올리고 수탉을 잡을 필요야 없겠지만 한해의 집안살림을 되돌아 볼만도 하다. 옥황상제가 노할 일은 하지 않았는지 주부로서 가족들의 건강은 제대로 챙겼는지.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다. 조앙신이 옥황상제로부터 한아름 복을 받아 와 갑오년 한해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으로 얼마 남지 않은 입춘(立春)이 대길(大吉)했으면 좋겠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