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 깜빡

김순철 (지역자치부장)

2014-02-10     김순철
‘깜빡’이란 낱말이 있다. 불빛이나 별빛 따위가 잠깐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모양이나 눈이 잠깐 감겼다 뜨이는 모양, 기억이나 의식 따위가 잠깐 흐려지는 모양 등의 뜻이 있다. 그런데 요즘 온 도로 천지에 깜빡이의 ‘깜빡 신드롬’이 일고 있다. 깜빡이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위험천만한 일이 하루하루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단한 길이 살얼음판 도로로 변하기 일쑤다. ‘깜빡이(방향지시등)’가 깜빡거려야 할 지점에서 기억이나 의식이 잠깐씩 흐려져선지 깜빡거린다. 최근 교통안전공단의 지난해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먹통 깜빡이 증후군이 나타났다. 방향지시등 점등률이 2004년에는 70.6%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58.7%로 뚝 떨어졌다 한다.

▶그러니까 운전자 10명 중 4명이 ‘깜빡이’를 켜지 않는 셈이다. 좌우로 방향을 틀 때 깜빡이 켜는 것을 깜빡 잊거나 아예 무시하는 운전자가 태반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 탓에 아찔한 광경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보행자나 운전자가 상대 차량의 방향지시등 깜빡 건망증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은 아닐 것이다.

▶운전연습을 하고 면허증을 딸 때는 제대로 지켜지던 ‘깜빡이’가 찬밥신세니 문제다. 단속하기가 애매모호해서 그럴까. 생각해 보라. 앞차가 예고도 없이 급정거하면서 좌우회전을 한다면 말이다. ‘깜빡이’ 점등은 기본적 안전수칙이다.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교통 선진국은 요원하다. 깜빡이를 ‘깜빡’하다간 좌우로 비틀어지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순철 (지역자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