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존치하려면 바꿔야

이수기 (논설고문)

2014-02-11     경남일보
주민등록번호는 1968년 1·21사태 직후 불온분자를 색출, 주민의 동태파악이 그 목표였다. 처음엔 번호가 12자리였으나 1975년 13자리가 됐다. 17세 이상 전 국민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13자리의 개인 식별번호다. 범죄 예방과 수사에는 도움이 된 반면, 언제라도 대국민 감시시스템을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서방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과도하게 수집, 활용되는 관행을 개선할 대안 찾기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금융·부동산거래 등 꼭 필요한 분야가 아니면 요구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은 정해졌다. 처음 만들 당시 신문 사설에서 “주민등록증 제도를 악용하지 말라”며 미래에 도래할 수도 있는 ‘통제 사회와 정보 유출’의 위험성 우려가 요즘 사상 초유의 카드사 정보유출 등으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으로 일단 운전면허번호, 여권번호, 아이핀(i-PIN) 등이 검토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사태에서 보듯이 문제의 핵심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한 타인이 나 자신인 것처럼 행세해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법적 피해를 입는 실재에 있다. 카드3사에서 개인별로 20개 이상의 정보 1억400만건이 유출됐다. 학계에서 거론되는 주장은 오스트리아식으로 주민번호와 발행번호를 분리하고 매칭하자는 것이다.

▶하도 개인정보 유출이 많아서 보안강화 등으론 개개인이 당하는 피해를 막을 수 없게 됐다. 예산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정보범죄에 노출된 주민번호를 이대로 계속 쓸 순 없는 점을 감안, 존치하려면 대체 재검토 등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새로 바꾸는 길 밖에 없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