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

이홍구 (창원총국장)

2014-02-24     이홍구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 폐지의 대안으로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은 25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상향식 공천제 전면도입을 골자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당초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정당공천제 폐지를 접는 대신 국민참여 상향식 공천이라는 명분으로 대선공약 파기 책임론을 희석시킨다는 정치적 셈법이다.

▶상향식 공천제 도입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당 지도부나 권력 실세가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후보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내려 보내는 ‘전략 공천’이 사실상 사라지고 예비후보들 간의 경선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만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고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정당제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야당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평가도 만만찮다. 상향식 공천제의 경우 전면 경선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경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조직 동원력 싸움 등 과열경쟁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상향식 공천이 오히려 기성 정치인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정치신인의 진입장벽만 높일 수 있다. 여론조사나 경선을 통해서만 후보를 선출하면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그만큼 더 낮아진다. 현직 프리미엄, 역선택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실적으로 철저한 준비없이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한 새누리당이 전국단위의 선거구별 경선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상향식 공천에 대한 찬반논란은 결국 이 제도를 현실에서 얼마나 잘 운용하는가로 귀결될 것이다. 모든 제도가 장단점이 있지만 그것의 성패는 운영주체의 역량과 의지에 좌우된다.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없이는 상향식 공천제는 정치권,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홍구 (창원총국장)